▲ 옛 만철병원, 현 다롄대학부속 중산병원 ⓒ 박도
지금 내가 사는는 아파트는 분양한 지 두 달 남짓한데 여기저기 흠이 많았다. 이름이 있는 건설회사에서 최신 공법으로 지었는데도 그렇다. 오죽하면 지은 지 10년도 되지 않은 삼풍백화점이 갑자기 무너지고, 한강을 가로지른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렸겠는가.
1970년 내가 전방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할 때 휴전선에 붙어있던 미군부대가 철수하자 그들 콘세트 막사를 뜯어다가 우리 부대막사로 쓰고자 옮겨짓는데 기초 바닥공사는 자대에서 맡았다. 설계 도면에 따르면 바닥공사에 시멘트 20포가 들어가는데 어찌 된 셈인지 14포밖에 상급부대에 내려오지 않았다. 막상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그새 2포가 사라졌다. 그 작업을 맡은 선임하사가 내 방을 찾아와 하소연을 했다.
"시멘을 비비는 일이 얼마나 고된데 막걸리 한 잔 안 먹이고 참도 안 주며 어찌 병들에게 일을 시킵니까? 벌써 상급부대에서 8포나 삥땅해 먹었습니다. 저에게 맡게 주십시오."
그때 "나는 알아서 하시오"라고 답을 했던 것 같다. 중대 운영비나 내 봉급을 털어 공사하는 병들에게 막걸리나 참을 사주지 않고 상급부대가 지시한 기일 내로 공사가 끝나기만을 족쳤던 것 같다. 아마도 그 기초 바닥공사에는 애초 설계의 1/3 정도의 시멘트밖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건설현장의 한 단면일 것이다. 설계대로 시멘트가 들어가고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 시공했다면 지은 지 10년도 안 된 건물이 무너질 수도, 다리가 내려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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