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만철본사. 현 다롄철로국 ⓒ 박도
다음 답사지는 옛 만철본사였다. 만철 이사 다나카 세이지로(田中淸次郞)는 이토 히로부미를 수행하다가 하얼빈 역에서 왼쪽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던 인물이다. 지금도 이곳은 다롄 철도국 사무처로 쓰고 있는데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그날도 한 무리 일본인들이 옛 만철본사 건물을 추억에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카메라에 부지런히 담고 있었다. 오늘의 일본인 마음속에는 지난날 자기네들이 지배했던 식민지 땅에 대한 향수가 가득한 듯했다.
다롄은 일본인들이 건설한 도시로 아카시아를 많이 심은 곳으로 해마다 봄철 아카시아 꽃이 필 때는 일본 단체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고 했다. 나도 다롄의 아카시아 꽃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은 듯했다.
정확하고 정성을 다하는 자세
오후 3시 25분, 다음 답사는 옛 만철병원으로 지금은 다롄대학부속 중산병원이었다. 이곳은 이토가 안중근에게 저격당한 뒤 지혈상태의 응급조치만 받고 다롄으로 온 뒤 이 병원에서 피 묻은 옷을 벗기고 수의로 갈아입혀 입관한 병원이라고 했다. 100년이 지난 건물이지만 어디 하나 흠이 없어보였다.
정말 일본인은 미워도 그들의 기술과 매사에 정확하고 정성을 다하는 자세만은 찬양하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그래서 그들을 뛰어넘어야 마침내 그들을 이기고 지난 원한을 복수하는 길일 것이다.
용정에서도, 하얼빈에서도, 창춘에서도, 아니 서울역, 한강인도교에서도 그들이 남긴 건축물을 보고는 일백 년이 지나도 흠 하나 없는 것을 보고 우리가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치 않고 '쪽발이' '왜놈'이라고 업신여기고 외면한다면 우리는 결코 일본을 이길 수 없고, 일본에 선의로 복수할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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