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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er Island (Rapa Nui), Chile

세계적인 불가사의 유적으로 꼽히는 900여개의 모아이 석상으로 친숙한 화산섬. 

폐허가 된 땅 위를 모아이 유적이 지키고 선 이 섬은 낮과 저녁, 밤이라는 시간 흐름에 따라 분위기가 천양지차로 변한다.

무척이나 기이하며 음산하고 신비로운 장소. 후대에 의해 밝혀진 섬의 역사를 알게 되고 나면 더욱 그러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모아이 석상의 특징

  • 작은 목각의 모아이 카바카바(남성상), 와 파에파에(여성상)이 있어 집에 모셔놓는 경우가 있었는데 파에파에는 대충 여성성을 표시한데 반해 카바카바의 경우 피골이 상접하고 표정도 흉악하게 생긴등 심상치가 않으나 일단 조상을 기리는 조각으로 보고 있다.


http://enpundit.s3.amazonaws.com/wp-content/uploads/2013/01/easter-island-statue-bodies-2.jpg

  • 상당수의 모아이들이 위 사진처럼 몸체가 묻혀있는 형태. 이 모아이는 길이 20m 무게는 90톤 가량이라 한다.


http://www.bradshawfoundation.com/easter/gallery/statues2.gif

  • 모자를 쓴 것도 있고, 안 쓴 것도 있는데, 모자를 안 쓴 건 모자가 부서져 나간 것이다. 원래는 산호로 만들어진 눈도 있었는데, 현재의 모아이는 거의 대부분 눈이 부서져버렸다. 눈과 모자를 쓴 모아이는 상당히 인상이 달라 보인다.

파일:attachment/모아이/moai0.jpg

산호눈이 남아있는 모아이

  • 이곳 이스터 섬 사람들은 모아이를 신성시 여기기 때문에 모아이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않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스터섬에는 2층 건물이 여기저기 있고, 모아이보다 높은 것을 보면 과거에는 기술 부족과 종교적 이유때문에 그럴수 있을진 몰라도 현대에 들어서는 카톨릭의 유입과 기술의 발달로 크게 상관이 없어진 듯 하다.

  • 하지만 이렇게 관광자원으로 쓰일법한 멋진 모습을 한 모아이지만, 그 내실을 알면 끔찍하다. 모아이는 한 섬을 파멸로 몰아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간 폭주하는 사회상의 일면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스터 섬 항목 참조. 이 사실을 알고 모아이를 보면 굉장히 섬뜩하게 느껴지며, 심지어 증오나 공포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가속화된 경쟁적 석상 쌓기, 즉 모아이 건설로 인하여 파멸이 시작된다. 섬의 부족들은 종교적/주술적 의미로 이 모아이 상을 세웠으며, 처음에는 작게 만들어졌지만 점점 더 커다란 모아이가 만들어졌다. 큰 모아이를 만드는 것으로, 섬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힘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요즘으로 보자면 모아이는 이렇게 큰 모아이를 만든 것이 자랑.moai 같은 용도로 쓰였던 것이다. 마치 유럽 중세에 교회 높이로 경쟁한 것이나 현대 국가도 거대한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처럼.

석상이 만들어진 곳은 섬의 중심부에 있는 채석장이며, 나무를 이용해서 해안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만드는 것은 둘째 치고라도, 이 석상들을 해안까지 옮기려면 대량의 나무가 필요하다보니 섬의 나무는 빠른 속도로 소모되기 시작했다.[w] 물론 모아이만 만드느라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려면 식량을 생산할 밭을 만들어야 했고, 밭을 만들려면 나무를 베어내고 개간을 해야 했다. 또 해산물을 얻으려면 카누를 만들여야 했는데 카누를 만들려면 또 나무를 베어내야 했다. 하지만 실용적인 목적이 없는 모아이 만들기에도 엄청나게 많은 나무가 쓰였던 것은 확실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나무가 사라지면서 섬 전체가 사막화되기 시작하여 들여왔던 가축도 닭만 남기고 다 사라졌으며, 농사마저도 짓기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돌뿌리 농법이라는 대체수단을 쓰기시작하는데, 석상을 만들다가 나온 돌멩이나 바위를 깨서 만든 돌멩이를 그나마 상태가 나은 땅 위에 올려놓고 그늘을 만들어 거기에서 토란 비슷한 뿌리식물을 키운 다음 어느 정도 자라면 그 돌멩이들이 뿌리식물을 지탱해서 척박한 땅 위에 서 있게 해주는 농법이다. 하나하나 식물에 맞춰서 돌멩이를 움직여 줘야 했으므로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던 농법. 모아이 하나 만드는 데 필요한 바위로 수만 평의 농지에 필요한 돌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나무와 돌 등의 자원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주민들은 더욱 큰 석상을 지으려 했다. 그것도 자원이 인구를 지탱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떨어진 그 순간에 급속도로 큰 공사가 많이 단행되었다. 자멸에 박차를 가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x] 다만 종교적인 목적만으로 모아이를 세운 건 아니었다. 자원이 한정되다 보니 서로 세력을 만들고 전쟁에 이겨 자원을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치열해지게 되는데, 쟁탈전에서 이기려면 머릿수가 많아야 하고, 사람을 모으려면 힘을 과시해야 하므로 더 큰 석상을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석상을 만드는 일은 자원의 고갈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런 악순환 끝에 섬의 나무는 모두 베어졌고[y]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는 순간까지 섬의 중심에서는 모아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z]

섬에서 나무가 모두 사라지자, 카누를 만들 수도 없었다. 카누도 없으니 이스터 섬은 배 한 척 없는, 문자 그대로 '섬'이 되어 버렸고 당연히 수상 자원을 구할 수도 없게 되었다. 중요한 자원인 나무가 없어지자 섬의 생활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매우 짧은 기간 동안은 위태로운 평화기가 지속된 듯 보이나,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믿어온, 모아이를 만드는 행위가 사실은 섬의 자원을 무의미하게 소모시키는 행위였다는 것을 깨달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큰 전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모아이의 눈이 파괴되고 모아이를 쓰러뜨리는 행위가 벌어졌다. 대부분의 모아이는 이 때 쓰러지고 파괴되었는데, 지금 섬에 세워져 있는 모아이는 대부분 다시 세운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스터 섬에 인간 상륙 → 섬의 자원을 이용하며 인구 증가 → 인구 포화상태, 자원이 고갈되기 시작 → 남은 자원을 사이에 둔 분쟁이 커짐 → 분쟁에서 이기려면 지지자들을 끌어모아야 하고 그러려면 힘을 과시할 필요성이 증가 → 더욱 대형화된 모아이로 인해 자원의 고갈 속도 가속화 → 식생의 황폐화 → 황무지화 → 바다새의 멸종, 선박용 목재의 부족으로 인하여 주요 식량자원인 고래사냥이 불가능 → 토지의 척박화로 인한 대규모 식량부족 → 정치체제 붕괴, 식인 풍습 시작으로 이어지는 다이나믹 막장 롤러코스터를 보여준다. 인구 증가가 정점에 다다른 시점부터 사회시스템의 완전 붕괴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200년.

이스터 섬이 동남아시아처럼 열대우림이 우거지는 곳이 아니며, 의외로 나무가 빨리 자라지 않는 기후인데다가 토양이 침식에 취약하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석연찮은 점도 분명 있는데, 아무리 기념물적 구조물이 중요하다 해도 직접적으로 먹고 사는데 영향을 끼치는 나무가 다 없어져 가 버리는데 나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현지인들이 그걸 무시하고 계속 베어 없애버릴 수 있었을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사실 사람이 이성적(감성적)인 것과 이론적인 것과 알더라도 따로 노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그런 경우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나무가 다 떨어지면 자기들도 X된다는건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경쟁"에서 세력을 "과시"하여 이기고 자원을 차지하고 싶은 그 욕구를 끝내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 집단으로... 설령 그런 상황에선 소수 깨어 있는 사람들이 광기에 사로잡힌 다수에게 "우리 이렇게 나무 많이 베면 다 죽습니다...ㅜㅜ 제발 이러지 말고 우리 공생하든가, 아님 싸우더라도 서로 룰을 만들어 최소한의 생존은 지켜가면서 싸웁시다" 이렇게 연설하고 외쳐봐야 얼마나 먹히겠는가...



해저에 잠든 모아이 석상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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