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奚琴

2017. 10. 13. 00:04

시간여행가 악기 연주/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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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현악기. 활로 현을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에 속한다. 상당히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고 조옮김도 자유로워서 국악에서 애용되는 악기이다.
순 우리말로는 '그지깽깽이'나 '깡깡이'라고 한다(...). 공명통에서 울리는 특유의 비성(鼻聲) 덕이다. 
(참고로, 80년대 교과서의 기재 오류로 인해 해금을 아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해당 내용은 아쟁 항목 참고)

국악에서 아주 많이 애용되고 창작국악에도 널리 쓰여 향악기인 것 같지만, 악학궤범에 보면 당악기로 분류된다. 해금이 원래 고려시기 북송에서 유입된 악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추노 BGM - 비익련리(比翼連里) 

암수가 각각() 눈 하나에 날개가 하나씩이라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비익조()와 한 나무의 가지가 다른 나무의 가지와 맞붙어서 서로 결이 통()한 연리지()라는 뜻으로,부부()의 사이가 깊고 화목()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




악학궤범에 따르면 '호중(胡中) 해부(奚部)가 즐기던 악기로 현도(絃鼗)에서 나왔으며 그 생긴 것도 이에 속한다'고 전한다. 다시 말해 중국 북방의 소수민족인 '해족'이 사용하던 악기가 당(통일왕조)·북송때 중국의 속악에 사용되었고,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이다. 이런 해금은 마두금얼후 등 해금계 악기의 선조격 되는 악기이다. 하지만 이미 고려사 악지(樂誌)에도 향악기로서 소개되어 있고, 악학궤범에서도 당악기로 분류하면서도 '향악에만 사용한다(只用鄕樂)'이라고 소개하는 것으로 보아 일찌감치 향악화되어 한국 악기가 되어 버린 악기이다. 

정악의 악기 편성 상에서는 해금은 아쟁과 함께 현악기가 아닌 관악기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악에서 현악기와 관악기의 분류는 현을 다루며 연주하느냐 관을 불어서 연주하느냐가 아니라 음의 지속 가능 시간이 짧은가 긴가에 따라 나누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옛 문헌에서는 거문고 금(琴)자 대신 젓대 적(笛)을 써서 ‘해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국악 대회에서는 관악기로 분류한다. 가끔 대학교의 국악 동아리에서 합숙이나 MT를 가면, 술을 마실 때 ‘관악기는 소맥 한 잔 씩!’이라는 벌칙에서 해금이 관악기냐 현악기냐를 가지고 아웅다웅하기도 한다.

구조는 상당히 간단한 축에 속하는데, 길이 12cm, 지름 9cm정도로 된 원통모양의 울림통에 오동나무 복판을 붙여 한쪽 끝을 막고, 60cm가 좀 넘는 대나무 기둥(입죽立竹)을 꽂아 자루로 삼는다. 현은 2개인데 입죽 윗부분에 꽂힌 두 개의 줄감개(주아周兒)에 굵은 현(중현)과 가는 현(유현)[1]을 감아 아래로 드리워, 복판 중간쯤의 작은 괘(원산遠山)로 받치고 복판 아래쪽에 있는 감잡이에 맨다. 활은 나무로 된 활대에 말총을 이어 만든다. 말총의 한쪽 끝은 그냥 활대에 고정하고 다른 쪽은 가죽으로 손을 잡는 부분을 대어 활대에 연결한다. 말총은 두 현의 사이에 끼여 따로 떨어지지않는 형태이다.

상당히 많은 국악 서적에서 ‘해금은 팔음을 갖춘 악기이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입죽과 울림통에 대나무[2], 활대와 주아(줄감개)에 나무, 현에 명주, 감잡이와 주철에 , 활 손잡이에 가죽이 쓰인다. 또 은 울림통 내부에 칠하는 석간주(산화을 주재료로 하는 붉은 안료), 바가지는 원산[3]은 활에 칠하는 송진을 말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돌, 바가지, 흙은 조금 억지인 느낌이 든다(…)

분류가 이렇듯 현악기인지 관악기인지 애매한지라 이를 두고 현악기도 아니고 관악기도 아닌 천한 악기로 분류했고, 실제로도 청산별곡에서 사슴이 장대에 앉아서 연주하는 악기가 해금이기도 할뿐더러[4] 조선시대의 풍경을 보면 저잣거리에서 광대패들이 켜거나 각설이 타령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의 거지들이 동냥조로 켜는 악기로 주로 쓰인지라 거지 깽깽이라는 속어로 주로 불리웠다. 서양악기의 피들과 일맥상통하는 점인데, 이 점 때문인지 나이드신 분들은 바이올린을 서양 깽깽이로 부르기도 한다.

연주할 때는 먼저 앉아야 한다. 서서 연주하기 힘들기 때문. 좌식일 때는 오른발이 위로 올라오도록 반가부좌를 틀어 앉아 울림통의 뚫린 부분이 왼쪽으로 가게 하여 왼다리의 허벅지 끝 무릎 부분에 얹고, 입식일 때는 의자에 앉아 왼쪽 허벅지에 얹는다. 왼손으로 현을 쥐는데, 엄지손가락으로 입죽을 의지하고 식지, 장지, 명지, 소지로 현을 안쪽으로 당겨쥔다.[5] 오른손으로는 두 현의 사이에 활의 말총 부분을 끼운 후, 활의 가죽 부분을 오른손의 장지·무명지·소지로 당기고 활대를 모지와 식지로 지탱하여 말총 부분을 팽팽하게 당겨 두 현을 문지르며 연주한다. 반드시 말총 부분에 송진을 문질러 발라야 소리가 나는데, 송진을 제대로 안 바르면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삑사리가 난다. 연주 전에 충분히 발라두자.

현은 중현과 유현이 완전 5도 차이가 나게 조율한다. 애초에 해금 자체가 현의 적당한 곳을 손으로 잡아 연주하기 때문에 완전 5도 차이가 나는 것 외에는 ‘각 현이 정확히 무슨 음을 내게 조율하여라’라는 규정은 없지만, 대충 위에서 10cm 아래쯤을 식지로 짚고서 유현이 黃, 중현이 㑖이 되게 조율한다. 조율할 때는 두 현을 완전5도 차이로 조율할때는 줄감개를 쓰지만, 그냥 음이 좀 높다 낮다 싶을때는 줄감개를 감았다 풀었다 하기보다는 그냥 손을 조금 더 올려쥐고 내려쥐고의 차이로 음을 조정해서 연주한다.

이렇게 따로 정해진 손의 위치가 있는 게 아니라 현의 적당한 부분을 잡아서 음을 찾기 때문에 절대음감이 없는 경우 상당히 손의 위치를 찾기 어렵다. 풋사과들은 해금의 현에 펜으로 손을 쥘 위치를 표시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숙련이 쌓이면 두어번만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깽깽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손을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 물론 이런 점이 해금의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악기는 대부분 정해진 음 외에 반음을 내기가 어려워서 현대음악을 연주할 때 조옮김이 쉽지 않은데, 해금은 손만 움직이면 조옮김 끝 (...) 심지어 악력의 조절로 미분음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다.

음색도 상당히 자유롭게 낼 수 있는데, 현을 쥔 왼손을 운용함에 따라 오만 가지 소리를 다 낼 수 있다. 트레몰로나 글리산도는 물론이고 아기 웃는 소리, 매미 우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등.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에서 공포씬의 효과음에도 해금이 사용되는데, 잘 들어보면 소름끼치게 무섭다. 2011년 여름경 어느 한방 모기약 광고에서는 해금으로 모기 소리까지 재현하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cover] 이누야샤OST-시대를 초월한마음/국악버전 가야금,해금연주★퓨전국악 퀸




다만 역안법을 쓰기 때문에 바이올린같이 여러 음을 빠르게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해금 연주자들이 연구를 해 보았지만 아직은 힘들다고. 또 역안법을 쓰느라 얼후같은 다른 해금족 악기에 비해 현이 느슨한 편인데, 이 덕에 음색이나 표현법은 다양해졌지만 음량이 크지 못하다는 단점도 생겼다. 

얼후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나, 소리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얼후가 해금보다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생김새 역시 유사하지만 분명 다르다. 외관상 가장 큰 차이로는 울림통이 원형인 해금과 달리 얼후는 육각형이며, 뱀가죽을 사용한다. 생김새 비교

국악에서 정악[6], 민속악, 창작국악을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이 쓰인다.[7] 하지만 처음 배우는 초보들은 활 쓰는 법이 익숙치 않아 거의 OME급의 음색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좀 듣기좋은 음색을 내려면 활 쓰는 법이라든지 현을 쥔 손의 악력을 조절하는 법을 잘 배워야 한다. 

대표적인 해금 연주자로는 해금의 3여신(디바)라고 불리는 강은일정수년김애라가 있다. 요즘엔 꽃별(이꽃별)도 많이 뜨는 듯. 어째서인지 배우는 사람도, 해금 연주자들도 여자가 훨씬 많은 느낌이다. 그래서 종묘제례악을 연주할 때 연주자 복장은 남자 관복인데, 해금전공자 중 남자가 부족한 나머지 본의 아니게 여성 해금 연주자들이 남장을 하고 제례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청산별곡에 등장하는 한민족 최대의 명장면이 사슴이 장대에 올라가서 이것을 켜는 장면이라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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