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만화의 누계부수 2억부 돌파.
40년이 넘는 세월 속에 독창적인 만화를 그려 세대, 성별, 국경을 넘어 폭넓은 독자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했다.
― 일본 정부, 2020년 11월 2일#
그녀는 만화의 전통을 가장 먼저 벗어던진 사람으로, 소년만화의 여왕이 되었다. (중략) 결점과 개성을 가진 인간성이 넘치는 그녀의 만화 속 등장 인물들은 세대를 넘어 독자들에게 사랑 받았다.
― 앙굴렘 국제만화제 그랑프리#
러브 코미디의 시작.
― 아오야마 고쇼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만화가 중 한 명이자 수십 년간 현역으로서 주간 연재를 하고 있는 일본 만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소년 만화를 그리는 여성 만화가계의 선구자적인 존재로 자신의 장편들은 전부 애니메이션화되었으며[16], 1995년에 세계 누적 단행본 판매부수 1억부를 돌파했고, 2017년에 2억부를 돌파한 인기 만화가이다. 또한 아이스너상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기도 하다. 이미 《시끌별 녀석들》과 《메종일각》이 연재되던 80년대부터 엄청난 인기로 '작가 본인이 팬들과 교류하지 않아도 작품만으로 팬들이 일방적으로 충성하게 만든' 만화가였으며[17] 1990년대에는 《란마 1/2》, 2000년대에는 《이누야샤》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만화가가 일생에 한 번도 내기 힘든 히트작을 무려 4개나 연달아 낸 이례적인 기록의 소유자라서 별명이 소년만화 제조기.[18] 2018년 대표작이 많은 만화가 랭킹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19]#
토리야마 아키라가 《드래곤볼》로 일본 배틀물의 뼈대를 세웠다면, 타카하시 루미코는 러브 코미디의 뼈대를 세운 인물이다. 오늘날 일본 러브코미디 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모에요소와 클리셰들이 루미코의 작품으로부터 나왔다. 그래서 흔히 러브 코미디의 원조이자, 여왕으로 불린다. 특히 《시끌별 녀석들》과 《메종일각》은 러브 코미디의 끼친 파급력으로 러브 코미디의 바이블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녀가 그린 만화의 여러 설정은 시대가 지난 시점에서 보면 진부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그만큼 그녀의 만화가 연재될 당시로서는 너무나도 혁신적이었기에 모두가 그녀를 따라했으며 심지어 지금까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인걸 반증한다.[20] 일례로 일본 서브컬처계의 클리셰 반열에 들고도 아직까지도 먹히는 모에요소의 상당 부분은 루미코의 만화가 시초다. "타카하시 루미코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모에 문화는 지금 보이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라는 평이 존재할 정도. 특히 동시 연재된 《시끌별 녀석들》과 《메종일각》은 각각의 위치에서 장르의 기원이 되었고, 캐릭터 메이킹의 표본으로 통하고 있다.[21] 단적인 예로 국내에서도 신조어처럼 대중적으로 쓰이게 된 단어인 츤데레의 개념도 이 사람이 만든 것이다. 그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한 인물.[22]
좀 더 구체적으로 영향력을 말해보자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평범한 주인공 앞에 이세계나 외계에서 온 독특한 성격의 미소녀가 갑자기 튀어나와 이야기가 시작되는 '일본형 보이 미츠 걸' 클리셰는 시끌별 녀석들에서 시작되었고 하숙집이나 다세대 주택의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장의 관리인' 류의 작품은 메종일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외에 서브 히로인이 메인 히로인을 밀어내고 진히로인으로 등극하는 것도 최초였고 팬들끼리 서로 지지하는 히로인을 중심으로 뭉쳐 ~파 하면서 키배를 벌이는 전통의 시작점이기도 하며 여름에는 합숙과 담력훈련, 가을에는 운동회, 겨울에는 온천여행 등의 이른바 '계절별 이벤트' 역시 루미코가 정립시켰다. 예쁘고 청순한 겉모습의 여캐가 사실 요리치에 화나면 괴력녀로 돌변하는 갭모에와 하라구로, 쿨뷰티 역시 루미코의 영향력이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러브 코미디 만화가 시끌별 녀석들, 메종일각, 란마 1/2 이 세작품 중 하나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 많은 히트작, 만화계의 끼친 업적으로 일본 문화계를 대표하는 전설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고 그러한 공로로 일본 정부로부터 2019년 문화청 장관 표창, 2020년에는 일본 정부가 표창하는 최고 영예 중 하나인 자수포장을 받았다.# 이 훈장은 1955년 제정되어 과학기술분야의 발명이나 학술 스포츠 및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메달이다. 타카하시 루미코는 "분수에 넘치는 자수포장을 받아 놀라움도 있었지만, 가슴 속 깊이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를 격려하여 앞으로 더욱 노력해 독자 여러분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만화를 계속 전달하고 싶습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 훈장을 받은 만화가는 총 28명이며 유명 만화가로는 하세가와 마치코[23], 미즈키 시게루, 아카츠카 후지오, 마츠모토 레이지, 치바 테츠야, 사이토 타카오, 오토모 카츠히로, 아키모토 오사무, 다케미야 케이코, 하기오 모토 등이 있다.
그녀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동양 세계관에 기초한 상상력과 감수성을 특히 잘 녹여내는데 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귀신이라던가, 요괴라던가, 중국무술이나 닌자 등등 동양 문화권 사람들이라면 아주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현대 시트콤적인 터치로 탁월하게 재해석해냈다. 요컨데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가 동양무술과 신의 세계를 박진감 넘치는 대결 안에서 스펙터클하게 표현했던 것으로 각인시켰다면, 타카하시 루미코는 익살스러우면서도 섬세한 방식으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것이다. 토리야마 아키라가 스스로 토로했던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는 섬세하면서 두근거리는 로맨스야말로 타카하시 루미코의 장기였던 것으로, 동양적 문화를 공유한 서민들의 꿈, 기쁨과 애환을 어루만지며 매우 전통적인 것들을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숨쉬는 것들로 새롭게 변주해냈다.[24]
동양권 한정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이며 서양권 만화계에서 평가가 매우 높다. 서양권 만화계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만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1994년에는 미국의 권위있는 만화상인 잉크팟 어워드를 수상, 2016년 미국 만화 잡지 코믹스 얼라이언스는 '타카하시 루미코의 만화 중 어느 하나라도 다른 인물이 만들게 되면 그의 커리어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라고 쓰면서 그녀가 만들어낸 많은 대표작들을 칭찬했으며, 타카하시 루미코를 평생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여성 만화가 12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또한 2017년 일본인으로서 두번째로[25] SF 판타지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으며 2018년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 인터내셔널에서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미국의 아이스너상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였다. 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기록이냐면 아이스너상은 세계 만화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인데 이 상의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들의 명단만 봐도 전세계 만화업계의 초레전드들만 포진해있다. 심지어 이 자리에는 전세계 만화팬들이 인정하는 3대 만화가인 데즈카 오사무, 스탠 리, 장 앙리 가스통 지로도 들어가있다.#헌액식 영상 일본 만화작가로서는 데즈카 오사무, 코이케 카즈오, 코지마 고세키[26], 오토모 카츠히로, 미야자키 하야오에 이어 6번째이고, 일본 여성 만화작가로서는 최초이다. 2019년에는 만화계의 칸 영화제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의 권위의 만화 시상식 중 하나인# 앙굴렘 국제만화제의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그랑프리는 앙굴렘 국제만화제 기간 동안 만화 작가에게 수여되는 평생 공로상이다. 한 만화가의 전체적인 작품인생을 보고 수여하는 상이며 프랑스-벨기에 만화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일본인으로서는 오토모 카츠히로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며 플로렌스 세스타크 이후 19년만에 여성 만화가의 수상이다.[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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