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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별 명칭
영어
Tobacco pipe
프랑스어
Pipe
독일어
Tabakpfeife
아랍어
غليون التدخين
터키어
Pipo
중국어
烟斗
일본어
パイプ, 煙管キセル[1]




유엔군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원수


연소통(대통, 영어로는 bowl)에 잘게 썬 담뱃잎을 넣고 불을 붙여서 물부리[2] 쪽으로 연기를 들이마시는 흡연 방식을 의미한다. 담배를 피우는 방법 중 가장 기초적인 형태이며, 물담배, 시가와 함께 제일 오래된 흡연 방식이기도 하다. 때문에 옛날을 배경으로 한 픽션[3]에서는 흡연자 캐릭터들이 파이프 담배를 사용하는 묘사를 쉽게 볼 수 있다.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곰방대를 이용한 흡연 방식 역시 이에 해당한다.

한국법에서는 "고급 특수 잎담배를 중가향(重加香) 처리하고 압착·열처리 등 특수가공을 하여 각 폭을 비교적 넓게 썰어서 파이프를 이용하여 피울 수 있도록 만든 담배"로 정의하였다(지방세법 시행령 제60조 제2호).

종이로 말아서 만든 담배인 궐련이 대중화되고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후, 파이프 담배는 상대적으로 불편하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철저히 비주류로 전락하였다. 현재는 유럽을 중심으로 소수의 매니아들 위주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정도이고, 한국에서는 더더욱 수요가 적다.[4][5] 유럽에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유럽 궐련 물가가 더럽게 비싸서라고 할 정도.[6]

파이프 담배 자체는 값비싼 파이프를 수집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비싼 취미는 아니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엔티크한 멋을 강하게 풍기기에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가리지 않는 로망이기도 하다.

나무 파이프

파이프는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지며, 보통 브라이어, 체리 나무, 올리브 나무 등과 같이 내열성과 통기성이 좋고 가벼우며 단단한 목재가 주재료로 채택되는데, 그중에서 제일 뛰어난 브라이어로 제작한 파이프가 제일 널리 사용된다.

나무 파이프 제작에는 주로 브라이어(Briar) 나무가 쓰인다. 영어로는 브라이어, 프랑스어로는 브뤼에르(Bruyere)라고 하는데, '장미목(木)'과 자주 혼동되곤 했다. 파이프를 만들 때 쓰이는 브라이어 나무는 장미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생물학 분류법으로도 진달래목 진달래과 에리카속에 속한다. 지금에는 이런 혼동이 거의 사라졌지만 과거에 브라이어가 장미목이라고 오역되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보통 악기나 가구를 만들 때 사용하는, 나뭇결이 아름다운 장미목(木)은 장미목(目)에 속하는 나무뿐 아니라 나뭇결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목재도 가리킨다. 특히 자단나무를 영어로 로즈우드(Rosewood)라고 하는데[7] 이러한 속칭을 가져다가 그대로 직역한 것이다. 따라서 장미꽃과는 연관이 없다. 브라이어 파이프 중 결이 아름다운 것은 파이프 중에서도 고급품으로 친다. 가구나 악기를 만드는 장미목으로 파이프를 만들면 겉모양만 흉내낸 싸구려 제품이 되기 때문에 담배를 태우기에도 부적합하다.
사용된 목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관리만 잘해주면 다른 어떤 재질보다도 오래 가는 파이프이며, 잘 길들이면서 사용하면 애연가의 든든한 동반자 노릇을 할 수 있다.

나무 파이프 사용에서 한 가지 신경을 써야 부분은 길들이기이다. 나무 파이프는 피워가는 과정에서 안쪽에 재층이 쌓이거나 나무의 표면이 굳어가며 연초의 맛, 흡연시 파이프의 온도, 습도 등이 안정된다. 이때 재층을 균일하게 쌓기 위해서 일부러 처음 피울 때는 아래쪽의 반만 채워서 피우거나 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무 파이프를 사용하는 끽연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과정을 두고 의견이 크게 갈린다. 한 가지 알아야할 것은 이 재층, 케이크라고 하는 것이 너무 불균형하게 쌓이거나 지나치게 눈에 띌 정도로 두꺼워지면 파이프 리머라고 하는 무딘 칼로 슬슬 긁어준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의 엔딩 부분에서 간달프가 재층(케이크)을 깎아내며 파이프를 손질한다.

사용된 나무의 종류가 같아도 표면이 매끄러운가,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한가에 따라 20% 정도 가격편차가 있다. 담배 피우는 성능에는 차이는 없으나 당연히 사람이 보기에는 매끄러운 것이 좋고 예쁘기에 가격이 살짝 더 비싸다. 물론 취향따라 거친 샌딩 표면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10만 원 이상 제품들은 파이프의 모양이 일정하지만 5만 원 이하 제품들은 모양이 제각각이다. 장인들이 그때 그때 나무의 모양을 보고 제각각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 매장에서 구매한다면 형태를 결정할 수 없기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기를 권한다. 매장마다 다르지만 최소한 5~6개 사이에서 원하는 모양을 골라잡을 수 있다.

콘콥 파이프

옥수숫대(Corn Cob)로 만든 파이프를 말한다.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당시 개척민들이 애용했는데, 브라이어 나무 파이프를 비롯한 일반적인 파이프보다 제작이 쉬운 데다가 미국에는 옥수수가 지천으로 널려서 재료를 구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콘콥 파이프는 옥수숫대를 꺾고 나서 2년간 잘 말려 만든다. 잘 말린 옥수숫대의 속을 파내어 연초를 넣는 볼로 만든 후 석고에 담그거나, 해포석으로 겉면을 코팅하거나, 그냥 코팅하지 않고 외장을 마무리한다. 그런 다음에 소나무로 만든 자루와 물부리를 끼우면 완성된다.

대개 이미 길들인 파이프가 있지만 새로운 연초를 피워보고 싶거나 콘콥 특유의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용한다. 내구력과 파이프 밑바닥 부분이 약할뿐더러, 바닥을 이루는 옥수수 속대의 결이 딱 뚫리기 좋게 수직 방향이라서 뾰족한 소재 도구로 그을음을 긁어내려다가 바닥에 구멍을 낼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8]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언론에 노출될 때 입에 자주 물어서 그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맥아더는 따로 고급 파이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그런 걸 갖고 다니다간 잃어버릴 수 있기에 싸구려 콘콥 파이프를 대용으로 종종 사용했다.[9] 그러다가 전쟁기자가 콘콥을 문 맥아더를 촬영해 신문에 기재했는데 이 사진이 대중에게 호응을 얻었다. 그러자 옛날 군인치곤 이미지 메이킹을 중요시하던 맥아더는 이 콘콥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

해포석 파이프

파이프를 만들 때 사용되는 또 다른 재질로는 해포석(Meerschaum)이 있다. 나무로 만든 파이프보다 격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포석은 나무보다 정밀가공이 쉬운 재료이기 때문에 화려하게 세공된 제품이 많고, 따라서 가공 인건비가 추가되어 해포석 파이프는 평균 가격대가 무척 높다. 그리고 화려한 세공을 원하는 고객들은 물부리도 호박 같은 고급 재료를 원하기 마련이니 더더욱 비싸질 수밖에 없다.

해포석으로 만든 파이프의 가장 큰 특징은 담배를 피울 때 타르가 붉은 갈색빛으로 해포석에 스며들어, 파이프를 오래 사용하면 굉장히 멋스러운 붉은색으로 염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포석 파이프를 손으로 집어 들다 보면 손에 있는 손때와 기름까지도 해포석에 스며들어 그 부분에 타르가 잘 스며들지 못하고 다른 자리보다 덜 붉어져서 전체적인 색감이 얼룩덜룩해질 수 있다. 그래서 해포석 파이프를 멋스러운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싶은 마니아들은 장갑을 끼거나 손수건 같은 것으로 파이프를 감싸고 쥔다.[10]

아주 섬세한 세공이 가능하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충격에 버티는 내구력이 낮다는 것. 콘콥 파이프도 내구성이 약하긴 하지만 가벼워서 떨어뜨리는 정도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해포석 파이프는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어디 잘못 부딪치거나 재떨이에 세게 털기만 해도 박살이 날 수 있다.

구입하기 전에 조심해야 한다. 가루 해포석을 뭉친 것과 전체 해포석을 깎아서 만든 이른바 '블록 미어샴'으로 나뉘는데, 당연히 후사가 더 품질이 좋다. 블록이라도 가격이 너무 싸다면 외벽이 지나치게 얇거나 뭔가 나사가 빠진 제품이 많다.

다른 파이프에 비해서 장점이 있다면 해포석은 돌이기 때문에 맛이 순수하고, 일전에 피운 연초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는 것. 다른 재질, 특히 브라이어는 그 전에 피운 연초의 맛과 향이 진하게 남는다. 해포석 파이프에는 그런 잔맛과 잔향이 거의 남지 않는 대신, 외벽에 재가 쌓이지 않도록 깔끔하고 섬세하게 관리해야 한다.

점토 파이프

흔히 파이프 하면 나무 파이프를 생각하지만, 유럽권에서는 점토로 만든 파이프가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체리 나무나 배나무 등으로 제작한 나무 파이프가 있었지만, 시골이나 도서산간 지역 등 낙후된 지역에서 아쉬운 대로 쓴 것이며, 브라이어 재질을 파이프 제작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쯤부터였다.

점토 파이프는 다른 재질과 비교하면 내열성이 약하여 쉽게 뜨거워지고 내구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칫 냄새가 밸 수 있는 다른 재질들과는 달리 순수한 맛을 즐길 수 있어 간혹 찾는 사람들이 있다. 파이프의 연소통 부분을 이중으로 만들어 손에 잡는 부분이 뜨거워지지 않도록 하는 종류도 있는데, 이러한 점토 파이프를 시스템 파이프(System Pipe)라고 부른다.[11] 근래에 들어 점토 파이프는 관광기념품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생산되지 않지만, 원체 간단한 구조여서 직접 만들기도 한다.

몰타 파이프

보그 오크(Bog oak)나 몰타(Morta)라 불리는 나무 화석으로 만든 파이프도 있다. 화석으로 만든지라 당연히 가격은 비싼 편이며, 성질은 나무와 해포석 파이프의 중간 정도이다.

장죽과 곰방대

흔히 말하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나오는 그 담배다. 조선 후기부터 쓰인 재래식 파이프는 기다란 것은 장죽, 짧은 것은 곰방대라고 부르는데 둘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부리와 연통(담배통)은 놋쇠나 백동 혹은 다른 금속으로, 가운데의 설대는 대나무로 만든다. 가운데까지 금속이면 손 데니까 금속의 연통과 물부리 부분은 두고 두고 쓰는 반면에 가운데의 설대는 담뱃진이 찰 때마다 바꾸어준다. 연통과 물부리가 다른 파이프 담배 계열과 달리 금속제라 담뱃재를 털때 뒤집어서 거칠게 탁탁땅땅 털어줘도 될 만큼터는 동안 에잉 쯧쯧 하며 혀를 차면 효과가 배가 된다 내구력이 좋다. 다만 재질의 특성상 연초에 쇳내가 배는 것은 피할 수 없고 이는 가능한 한 담배의 순수한 맛과 향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애연가들에게는 큰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다른 소재에 비해 내구성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드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원래 장죽은 길이가 너무 길어서 피우는 사람이 직접 불을 붙일 수 없었기에 따로 불을 붙여줄 시종이 필요했다고 한다. 즉 장죽은 권력이나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이기도 했다.[12] 이에 비해 곰방대는 당연히 평민들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고종대에 사치를 막기 위해 담뱃대들을 길게 만들지 못하게 규제했기 때문에 구한말에 사용되던 것들을 보면 그전 장죽보다 길이가 매우 짧아졌다.

요즘에도 파는 장죽과 곰방대를 구할 수 있는데,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현대식으로 개량되어 궐련을 끼워서 필 수도 있는 물건도 있다.

조선 후기~6.25 전쟁 전후 즈음까지를 다룬 창작물에서 훈장님이나 나이든 할아버지 캐릭터가 흔히 소지하는 물건. 야단칠 때 연통으로 때리거나 설대를 회초리처럼 쓰는 모습도 곧잘 볼 수 있다. 김득신의 파적도에도 나올 만큼 오래된 풍습(...)인듯.

동양이 배경이 되는 매체에서는 상술했듯이 나이 지긋한 노인이나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피우는가 하면 유곽에서 일하는 중~상급 유녀들이 곰방대를 무는 장면도 심심찮게 나오는 편이다.

물부리

파이프 담배와 유사하지만 필터가 있는 긴 막대 앞 구멍에 궐련이나 시가를 끼우고 피는 조금 개념이 다른 물건이다. 궐련이 나온 초기에는 필터가 없어서 궐련을 그냥 물고 피웠다간 담뱃잎이 입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20세기 초 중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매체에서 등장인물들이 종종 긴 막대를 입에 문 모습이 나오는데 바로 물부리이다.

물부리를 들고 있는 여배우 오드리 헵번

주로 서양을 배경으로 한 미디어에서 검은 드레스와 더불어 귀족 여인이나 여자 악역을 묘사할 때 사용된다, 그 예로 할리 고라이틀리, 크루엘라 드 빌과 알치나 드미트리스쿠가 있다.

남성용과 여성용이 따로 있는데 문단 최상단의 길쭉한 물부리는 주로 여성들이 사용하던 것이다. 남성용은 아래와 같이 여성용보다 길이가 짧고 끝이 뾰족하다.

간혹 일반적인 파이프 담배와 물부리를 결합한 물건도 있는데, 요시프 브로즈 티토가 자주 애용했다.





각주
[1] 곰방대 같은 동양식 파이프를 가리킨다.
[2] 물이 들었다고 물부리가 아니라 입으로 무는 부리(물다+부리)라는 뜻이다. 비슷한 뜻으로 빨부리라는 말도 있다.
[3] 보통 20세기 초반까지 정도.
[4] 아주 준비를 잘 갖추고 양을 조절하더라도 장전에 2~30초, 흡연에 최소 5~10분 최대 1시간 30분 이상을 써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 길가에서 피우는 사람을 보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다. 대부분은 여유 있을 때 실내에서 피운다. 한국에서는 공적인 공간에서는 실내흡연이 금지되었거니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거주자가 많아서 사적 공간에서 실내흡연도 함부로 하기 힘들어 파이프 담배를 피우기 더더욱 불편하다.
[5] 정 한국에서 피고 싶으면 집에서 다 세팅 끝낸 후 그걸 야외 흡연구역으로 가져가서 피면 되는데 이러면 눈치보여서 못 필 수도 있다.
[6] 일본에서는 아직 전통 곰방대(キセル)가 명맥을 잇고 있으며 전용 연초도 발매되고 있지만, 역시 마이너 중에서도 마이너한 취미이다. 또한 부피가 크고 비실용적인 장죽은 진작에 사멸한 지 오래이다.
[7] 자단나무도 장미목 콩과에 속한다.
[8] 사실 콘콥 파이프는, 브라이어 파이프처럼 계속 관리하며 두고 두고 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느 정도만 사용하고 말 것을 상정해서 만드는 소모품이다. 또한 콘콥은 가격이 싸기는 하지만 쉽게 뜨거워지고 내구도가 약하기에 오히려 초심자에게는 추천되지 않는다.
[9] 집에 은수저 같은 게 있어도 밖에 나가선 일회용 수저를 쓴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10] 그러나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자주 만지면 브라이어보다는 티나겠지만 맨손으로 쥐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색은 타르가 몰리는 부분이 먼저 붉어지다가 점차 다른 부위로 번지기에, 전반적으로 붉게 물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11] 흡연 중 생기는 담뱃진을 중간에 모아주거나, 공랭 체임버를 두어 연기를 순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등의 기능을 지닌 나무 파이프들도 시스템 파이프라고 부른다.
[12] 그래서 봉산탈춤의 말뚝이가 평민들을 향해 낚시대 들이밀듯 장죽을 늘여놓으라고 비꼬자 옆에 있던 양반들이 발끈하는 대목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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