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오파지 Bacteriophage

2023. 9. 29. 18:14

시간여행가 건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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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obacteria phage

이름을 들으면 세균일까도 싶지만, 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이름인 박테리오파지는 bacterium+phage로, 풀어쓰면 세균 포식자이다. 이름 그대로 박테리오파지가 숙주로 삼을 수 있으며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세균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인데, 실제로는 세균보다도 매우 작기 때문에, 세균을 잡아먹는건 아니고 숙주로 삼아 생명활동을 하는 것이며, 파지에 감염된 세균은 파지에게 속수무책으로 이용만 당하게 된다. 생물학계에서는 보통 짧게 줄여서 "파지" 라고 한다.



일반적인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에 들어갈 때 식세포 작용이나 막 합성을 통해 껍데기가 녹아드는 반면, 박테리오파지는 껍데기를 바깥에 남겨두고 DNA만 숙주 박테리아 안에 주입한다. 이 DNA의 침입을 허용한 숙주는 그 나름대로의 면역회로를 이용하여 해당 DNA를 분해하려는 방어기작(CRISPR/Cas시스템 등)이 발생되지만, 파지DNA는 이 방어기작을 자기 자신의 다리, 몸통 등을 복제할 수 있는 DNA 단편이 되도록 염기서열을 구성함으로 이를 역이용한다. 이렇게 단편으로 나뉘어진 파지 DNA는 숙주세포 안에서 전사 및 번역을 거쳐 파지의 몸통을 조립하고, 파지의 머리 안에 DNA가 들어간 다음, 박테리아를 터뜨려 밖으로 나온다. 모든 박테리오파지가 다 DNA를 넣고, 조립하며, 균을 깨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자와 같은 생활사를 용균성 생활사(lytic cycle)라 하고, 용원성 생활사(lysogenic cycle)라고 해서 박테리오파지의 DNA가 숙주 박테리아의 DNA에 끼어들어 같이 복제, 증식하는 프로파지(prophage) 형태가 되기도 한다. 다수의 파지들은 두 생활사를 다 가지고 있어서, 숙주가 잘먹고 잘살면서 번식을 잘 할 때는 용원성 생활사를 유지해 같이 증식하다가, 숙주가 좋지 못한 환경에 놓이면 용균성 생활사로 들어가 단백질 껍데기를 조립한 다음 숙주를 터뜨리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숙주는 대개 이분법으로 번식하기 때문에, 파지 DNA도 함께 복제되어 꽁으로 번식할 수 있다.

흔히 알려진 모양을 기준으로 다리가 달린 몸통처럼 생긴 건 몸통이 아니라 꼬리이고, 진짜 몸통은 위의 다면체이다. 모든 파지가 다 위 사진처럼 생긴 것은 아니고, 엔빌롭이 없는 정20면체 바이러스같이 생긴 파지도 있다. 그 밖에 길쭉하게 생긴 녀석도 있고... 연구용으로 쓰는 파지만 해도 거의 20여 개다. 저 흔히 알려진 모습의 파지는 바이러스보단 나노머신이나 로봇을 닮아서인지 생물학 전공이 아닌 그냥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유명하다. 이름은 몰라도 모양을 보면 "아, 이거" 하고 알아볼 정도.

박테리오 파지 T4의 조립 과정

세균은 지구상에서 거의 대부분 분포하며 서식하지만, 야생 상태에서의 세균이 배지에서처럼 창궐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진균류 등의 항생물질에 의한 저해뿐만 아니라 박테리오파지의 공격적인 생명활동 때문일거라 짐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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