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Harpe

2017. 10. 9. 23:42

시간여행가 악기 연주/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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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Smetana: Vltava (Moldau) - Valérie Milot, harp/harpe





1.1. 개요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연주하므로 '발현악기' 카테고리에 속한다. 왠지 천사들이 자주 연주하는데, 이는 날개 달린 큐피드가 활을 들고 있는 묘사가 그리스도교의 천사로 흡수되며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모양도 비슷하기도 하고.

1.2. 악기 설명

울림통과 현을 직각으로 교차시킨 형태로, 줄의 수와 외형은 악기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요즘 콘서트에서 볼 수 있는 하프의 디자인은 15세기 경에 유래했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내기 때문에 각종 매체에서는 천사 등이 주로 연주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근현대를 거쳐 개량되면서 줄도 구리나 나일론제로 바뀌고 장력과 탄성도 훨씬 강해진 탓에 여성적인 악기의 이미지와 다르게 연주에 꽤 힘과 기교를 요구한다. 그래서 하피스트들의 손과 손가락을 잘 살펴보면, 손가락 끝에 줄자국이 움푹 패여 있거나 손가락 마디가 여느 운동선수마냥 굵고 단단한 것을 볼 수 있다. 애인이 하피스트라면 잘해주자(...).

콘서트용 하프의 현 개수는 총 46개 또는 47개인데, 6옥타브 반이라는 꽤 넓은 음역이지만 각 줄이 모든 반음을 다 소화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그래서 샤프(#)나 플랫(b)이 붙는 음이나 조성의 곡을 연주할 때는 울림통 밑에 설치되어 있는 일곱 개의 페달을 밟아 반음을 조절해야 한다. (도~시까지의 7개의 온음에 각기 1개씩의 페달이 배당되어 있다.) 그리고 하도 현이 많다 보니, 옥타브 식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C현들은 항상 빨간색으로, F현들은 검은색으로 제작된다.

하프를 배우는 사람들이 꽤 골탕을 먹는 대목이 이 페달 스킬인데, 시도때도 없이 조성이 바뀌거나 임시표를 떼었다 붙였다 하는 곡을 연주할 때는 손보다 발이 바빠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프가 독주도 아니고, 바이올린족 현악기들의 보조 역할에 그치는 세사르 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 2악장이 그러한 예 중 최악의 사례인데, 그래서 많은 하피스트들이 이 곡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 대신 페달 조작으로 얻어지는 이점도 있는데, 딴이름 한소리(이명동음) 현상을 이용해 같은 음정의 현을 2개 만들어서 퉁기는 것도 가능하다. 예로 내림나(Bb)와 올림가(A#)는 표기만 다를 뿐이지 같은 음정인데, 나음 페달을 플랫시키고 가음 페달을 샤프시키면 같은 음정을 B현과 A현에서 모두 얻을 수 있다.

독주곡이나 협주곡실내악에서는 프리마 돈나급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지만, 관현악 같은 대규모 편성의 곡에서는 다른 악기들의 음량에 눌려 그다지 튀지 않는다는 약점도 있다. 주로 튀어나오는 대목도 현을 빠르게 훑어내리는 글리산도 주법을 쓸 때 정도. 하지만 아주 섬세한 사운드를 구사하는 클로드 드뷔시나 구스타프 말러모리스 라벨 같은 작곡가들의 곡에서는 꽤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하프는 안 그래도 소리가 묻히기 쉬운데, 오르간이나 피아노처럼 악기를 1개만 가져다두고 연주시키기 마련이라 더더욱 묻힌다. 거기다가 하프 자체가 더~어럽게 어려운 악기라서 작곡자들의 하프 이해도가 영 좋지 않아서(...) 제대로 하프를 사용한 곡을 찾아보기 힘들며[1], 잘 이해하고 있더라도 주변 악기에 묻혀버리기 일쑤라서 안습. 특별히 조용한 파트를 만들어두지 않는 이상 하프가 귀에 잘 들어오는 일이 없다.

주법은 비슷한 원리의 발현악기인 기타와 마찬가지로 꽤 다양하다. 양손을 모두 써서 현을 퉁기지만, 새끼손가락의 경우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엄지에서 무명지까지의 4손가락x2 해서 8손가락만 쓴다. 따라서 음을 최대 8개까지 동시에 퉁길 수 있고, 시차를 둬서 펼침화음(아르페지오)으로 탈 수도 있고 동시에 탈 수도 있다. 그리고 피아노 건반보다 각 음의 간격이 훨씬 좁아서, 피아노의 옥타브(8도) 음정 이상으로 넓게 벌어진 음들도 수월하게 연주할 수 있다.

피타고라스의 배음 이론을 이용해 이 악기도 배음(하모닉스)을 쓸 수 있는데, 한 손으로 현의 중간쯤 되는 부분을 슬쩍 누른 뒤 다른 손으로 현을 뜯으면 해당 음의 옥타브 위에 있는 배음을 낼 수 있다. 그리고 현을 중간 부위가 아닌 울림통 가까이에서 퉁기면 꽤 강한 사운드를 얻을 수 있고(프랑스어로 프레 드 라 타블 Prés de la table), 현을 퉁긴 뒤 다른 손으로 재빨리 잡아채 울림을 짧게 끊는 주법도 있다(역시 프랑스어로 송 에투페 Sons étouffés).

숙달된 주자들에 한하지만 2개 혹은 4개의 음을 빠르게 연속 연주하는 트릴이나 트레몰로도 가능한데, 이러한 연음 주법을 아주 약한 음량으로 연주할 수도 있다. 약한 음량의 트릴/트레몰로는 독주곡에서 주로 쓰이고, 비스빌리안도(bisbigliando)라는 이름으로 따로 분류한다. 이외에도 현을 손가락 끝살이 아닌 손톱이나 일렉트릭 기타의 피크 등으로 퉁기거나, 페달을 연주와 동시에 바꾸어서 음을 떨어뜨리거나 올리는 글리산도, 공명통을 손으로 두드리기, 현을 손바닥이나 베이스드럼 채 등으로 치기 같은 온갖 특수 주법들이 20세기 들어 개발되었다. 윤이상도 현대 하프 곡의 대가로 유명하고, 스위스 출신 괴수 하피스트 우어줄라 홀리거의 의뢰로 여러 협주곡과 독주곡들을 작곡했다.

하프 곡을 쓰려면 꽤 공부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인지, 의외로 이 악기를 훌륭히 구사한 곡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도 악기가 꽤 크고 무거우며 가격도 장난아니게 비싼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다. 굉장히 유명한데 정작 존재감이 죽어버린 비운의 악기(...) 대규모 연주에선 하프를 쓰는 곡을 찾기도 쉽지 않다. 여러모로 비싸고 어려운(...)악기. 더블리드 악기들의 악명을 능가하는 난이도를 자랑한다. 

크고 무거우며 비싼 콘서트용 하프 외에, 훨씬 작고 현의 개수도 적은 아이리시 하프(Irish Harp. 또는 켈틱 하프 Celtic Harp) 나 크로마하프(Chromaharp) 같은 악기들도 있다. 전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일랜드 음악이나 켈트 음악에서 많이 쓰이고, 양방언의 음악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다. 후자는 아예 몸에 안고 연주할 정도로 크기가 작으며, 줄 위에 덮어씌워진 여러 개의 바를 눌러서 해당 코드에 해당하지 않는 음들을 울리지 않게 뮤트시키고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정성하등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들이 사용하곤 하는 '손가락 피크'는 원래 크로마하프의 것이다. 크라잉 넛 1집에 나오는 노래 '갈매기'에서 드러머 이상혁이 연주하기도 했다.

하프를 전문적으로 연주를 하는 사람이 구하기가 힘들어서 몇몇 콘서트는 아예 신디사이저로 하프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하프를 대신하기는 좋지만 진짜 하프의 튕기는 소리가 안난다는 단점이있다.







최고급품에만 조각된 그리스의 필라 오더(석조기둥) 이 인상적이다
Greek Pillar Order


리라 Lyra

포니 Pony

사람들이 리라를 하프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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