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었던 기이한 가면쓰기 풍습
일본에는 2차대전 전후부터 약 1980년대 중반까지 기이한 풍습이 있었다.
바로 키묘나카멘(奇妙な仮面) 혹은 키묘나카오(奇妙な顔, '얼굴'이라는 뜻으로 가오잡다 할 때 그 가오가 맞다)라는 풍습.
풍습 자체는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주로 국민학교 입학 이전의 미취학 아동들에게 기이하게 생긴 가면을 씌우는 것.
전국적인 유행은 일본 패전 이후 1940년대 중후반부터 나타났으며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9월 23일 추분의 날 축제 때 같이 이루어졌다.
또한, 근대화가 이루어지기 이전까지 각 마을 단위로 이루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이야 도시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일본은 여전히 각 마을마다 지역색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마을마다 가면이 확연하게 차이났으며 현지인들은 가면만 보고도 마을을 구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면은 대체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도록 괴상하게 생긴 것들이 많았는데
일본 도호쿠 대학의 저명한 민속학자 기요미야 신타로(清宮新太郎)는 키묘나카멘 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을 내놓는다.
1. 요괴 퇴치 기원: 요괴와 관한 설화가 많은 일본답게 아이들이 무섭게 생긴 가면을 쓰고 다님으로써 요괴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기원한 것이다.
2. 영아 사망 억제: 보통 축제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감염병이 돌기 쉬운데 가면을 씌워 얼굴과 오염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 기간에 아이들을 깨끗하게 씻겨 초보적이지만 유의미한 위생을 확보했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3. 서양문화 할로윈(Halloween)의 일본식 해석: 일본에 주둔한 미군들에 의해 할로윈 문화가 일본에게 전파된 것이다.
4. 해방감의 분출: 사회적 지위가 낮은 어린이들에게 주기적으로 해방감을 분출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외에도 외지인들을 꺼리는 폐쇄적인 마을 성향의 발로라든지, 내전이 많이 일어난 역사적 배경에 따라 마을 구성원들을 단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
아이들을 통해 미군에 대한 저항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등 다양한 학설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일본 패전 이후에 등장했기 때문에 미국의 할로윈 문화가 일본으로 전파된 후, 각 지역에 맞게 재해석된 것으로 보는게 중론이다.
이런 키묘나카멘 문화는 1980년대 이후 사라져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가면 자체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줘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는 설,
두번째로 도시화로 인해 마을 단위 경제 구조가 붕괴되며 해체됐다는 설, 세번째로 근대 의학의 보급에 따라 영아 사망률이 낮아졌다는 설 등이 있으며,
네번째로 후기로 갈수록 화려한 가면을 만드는게 부의 척도로 인식이되며 문화가 변질되어 자발적으로 사라졌다는 설 등이 있다.
당연히 위에 언급한 이유들이 모두 타당하며,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확률이 높다.
지금은 사장되었고, 알고 보더라도 어딘지 꺼림칙한 사진들 뿐이지만 한 시대를 반영했던 거울 같은 문화라고 부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