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Борщ

수프의 일종, 보르쉬라는 이름이 생소하겠지만 '보르스치' '보르시치' 라고 하면 아~ 하는 사람도 몇 명은 있을 터. 이렇게 이름이 다양하게 불리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동유럽이라면 어디서나 이 수프를 해먹고, 고로 나라마다 칭호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바르치(독일어), 바르슈치(폴란드어), 보르슈(루마니아어)[A], 보르슈(불가리아어)...공통적으로 뒤에 가 붙는 '슈치' '슈' '시' 가 러시아쪽 말로 수프를 의미한다고. 또한 한국에서 러시아어의 'щ'를 옮길 때 과거 '시ㅊ'라고 옮겼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흐루시초프라든지). 현재는 'щ'는 그냥 '시'라고 옮긴다. 한편 이 요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유래한 요리이므로(우크라이나어로는 щ를 '시치'로 읽는다) 보르시치라고 읽고 써도 무방하다.



사탕무를 사용하고 스메타나(흰색의 사워크림의 일종)를 곁들이면 보르시다. 한국으로 치면 김치찌개 정도의 위상을 가진 러시아 색이 강한 가정 요리다. 그러나 공적인 자리에서 볼 수 없는 김치찌개와는 달리 보르시는 엄연히 공식 연회에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간단한 가정식답게 조리법은 천차만별로, 사탕무와 육수(야채육수든 고기육수든 뼈 육수든 상관없다)를 사용한다는 점과 가니쉬로 마지막에 사워크림[B]을 한 큰술 듬뿍 얹어 먹는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바리에이션이 무한하다.

일단 사탕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물이 진한 자주색이다. 여기에 당근, 양배추, 토마토, 양파, 감자 등의 야채를 잘게 썰어 볶아 양고기나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 등[C] 고기 건더기들을 대거 투입해 푹 삶고, 먹기 전에 스메타나를 한 숟가락 떠서 국물에 풀어 먹는다. 스메타나가 없는 경우에는 마요네즈를 넣어도 된다. 실제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마요네즈를 넣어 먹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붉은 국물은 스메타나와 섞여 딸기우유같은 핑크색이 되지만(…) 맛있다! 푹 고은 곰탕과 비슷한 맛인데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고 일부 조리법 대로 레몬이 들어간다면 향긋하고 상큼해서 부담되지 않고 무난하다. 비주얼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한국인이 처음 먹어도 의외로 쉽사리 적응이 가능한 음식이라고 한다. 물론 사람 입맛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보르시에 들어가는 내용물은 지방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야채를 푸짐하게 넣어서 먹는 게 특징이다. 고기는 보통 육수 우린 것을 잘게 찢어서 다시 넣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양배추를 첨가해서 따로 시원한 맛을 내고, 삶고 난 내용물은 마치 수육처럼 풍미가 생기니 이것을 따로 건져낸 뒤 스메타나를 얹어 먹는 경우도 많다. 지방 섭취가 활발한 동유럽에서 얼마 안되는 채식. 육수로 끓이고 고기도 좀 들어가지만 지방 섭취가 활발한 러시아에선 이 정도가 그나마 채식이다.



절대 딸기우유가 아니다!


보통 따뜻하게 해서 먹지만, 여름에는 냉국처럼 끓여뒀다가 차갑게 식혀서 먹기도 한다. 다만 냉국 버전의 경우 육수 없이 요구르트나 케피르에 비트 간 즙, 오이, 토마토로 맛을 낸 바리에이션도 존재한다.[D]

러시아와 인접국가라는 특성 때문인지 의외로 중국에도 뤄쑹탕(羅宋湯)이라는 이름으로 보급되어 있는데, 저 멀리 남쪽의 홍콩 등지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조리법은 비슷하지만 좀 더 국물이 많은 편이고 사탕무 대신 고구마나 토마토, 보라색 양배추를 넣기도 하기 때문에 원판과는 맛이 좀 다르다. 또한 헝가리의 굴라시[E]도 비쥬얼이 유사하다.

국내에서는 이태원에 위치한 러시아 음식점 '트로이카' 나 서울 광희동,안암동 혹은 안산 원곡동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사마르칸트', 대구광역시에서는 대구역 근방에 위치한 '사마르칸트', 부산광역시 초량동에 있는 차이나타운(예전에는 러시아타운이었다.)의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사마르칸트'(이름이 같다 [F]), '우츠끄똑'이 있으며, 창원시 팔용동에도 우즈벡 음식점이 있으나 아쉽게도 팔지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사탕무가 나지 않지만 순무는 난다. 그리고 순무라 하면 강화순무가 대표적이었고, 붉은 국물은 한식점 물김치로 접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요즘은 국내에도 강화순무보다 훨씬 색이 진한 무와 비트가 많으니까 그걸로 무국을 끓여 보자. 겉은 짙은 보라색으로 영락없는, 백설공주잡을 마녀가 쓸 만 한 독요리 비주얼인데 단 맛이 좀 더 나는 시원한 무국이다. 다시 말하지만, 생긴 것과 달리 전혀 무해한 음식이니 친구들 놀릴 때 쓰면 좋을 것이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동유럽 전체의 집밥이라 불러도 무방한 음식이다 보니 당연히 군대에서도 보급이 되었고 야전에서 먹을 짬밥 조리법에도 포함이 되었다. 무려 러시아 제국 시절이던 1차 대전 무렵부터 군용 식단 조리법에 들어가 있었고 소련군은 이걸 그대로 차용했기에 2차 대전 때도 당연히 조리법에 올라가 있었다. 물론 전쟁터에서의 조리법이기에 제대로 된 방법보다는 많이 간략화되었으며 그냥 수프에 가까운 보르시에 보리나 호밀, 귀리 같은 곡물을 섞어 넣어 열량을 높였다. 재현한 사례.여담이지만 의외로 군에 대한 보급은 외려 러시아 제국 쪽이 좋은 편이라 소련군보다는 러시아 제국군의 짬밥이 열량이 더 높았다고. 보르시를 만드는데도 1차 대전의 조리법에선 소고기를 썼지만 2차 대전 때는 돼지고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의 구 공산권 동유럽의 김치찌개라는 이 보르시는





동남아시아 태국의 똠얌꿍

서유럽 프랑스의 부야베스와 함께

세계 3대 스프로 불린다.




[A] 그냥 발음을 이용한 언어유희고 루마니아에서 보르슈는 전통 수프에 넣는 맥아식초를 뜻한다. 자세한 건 몰도바 요리 참고.
[B] 러시아에서는 '스메타나'라고 부른다.
[C] 오호츠크해 근방에서는 명태를 넣기도 한다.
[D] 이 버전은 폴란드 쪽에서 많이 해먹기도 한다. 이름하여 흐워드닉(Chłodnik). 폴란드 요리 참조.
[E] 헝가리의 굴라쉬

[F]우즈벡의 사마르칸트

사마르칸트는
실크로드의 상징이자 중간 기착점
중앙아시아를 대표하는 역사 도시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점으로 유명한, 수도 타슈켄트에 이은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 당시 그리스인들에게는 마라칸다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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