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의 전통술 마유주 아이락

2018. 2. 21. 03:32

시간여행가 술/전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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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 전해져 오는 전통주(酒).

술의 색깔은 하얀색으로 언뜻 보기엔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하지만 원료는 말의 젖이다.


몽골인과 말

몽골인들은 유목민족이기 때문에 주로 양(羊)과 말(馬) 을 기른다. 당연히 몽골인들의 식문화에는 이 동물들과 관련된 음식이 꽤나 많은데, 유목민족인 그들에겐 말(馬)이야말로 탈것으로서도 가장 귀중한 전투 자원이자 동시에 식자원(食資原)으로 이용되었다. 그렇기에 전쟁이 없는 기간 중에는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를 제외하면 양을 잡아 먹거나 말젖을 이용한 유제품(乳製品)을 즐겨 먹었다.


말젖을 이용해 만든 술이니까 마유주(馬乳酒)라고도 부른다고 하지만, 말뿐 아니라 양이나 염소의 젖을 이용해 만드는 경우도 많아서 맞지 않는 이름이다. <세계의 차>라는 책을 쓰기도 하고 여러 나라에 그 나라 고유 차를 연구한 차 연구가인 일본인 오사다 사치코[1]도 "마유주가 아니라 아이락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의견을 쓴 바 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마유주는 중국 일부나 일본에서 주로 쓰는 말로, 말젖술이라는 뜻으로 말하면 현지인들이 "뭔 소리야?" 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은 단순한 식량이 아닌 전투 자원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젖소처럼 젖을 얻어내기 위해 개량할 수 없었다. 당연히 일반 암말에게서 얻는 젖은 양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2] 보통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 필요한 말젖의 양은 1.5~2L, 즉 12마리의 말이 필요하다고 한다. 게다가 이 젖을 짜내는 데 여름철엔 2시간마다, 가을철엔 3시간마다 이 짓을 해야 하고 특히 좋은 품질의 젖을 얻으려면 어떤 풀을 먹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에 필요한 적정온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유지해야 하는가도 중요했다고 하니, 아이락이 왜 몽골인들의 국민주가 되었는지 알 만하다.[4] 대개 몽골의 게르나 가정에 방문하게 되면 아이락 한 잔을 권유받게 되는 경우가 많으나, 처음 먹게 되는 사람의 경우 설사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5]에서도 마유주를 먹지만 '크므즈'라고 부른다. 터키 정도를 제외하면 이슬람교가 주류인 나라들임에도 몽골처럼 젖을 발효한 술 문화가 살아 남았다는 게 아이러니가 아니라 사막 환경에서 당연하다... 이게 아니라면 기껏해야 대추야자를 발효시킨 술이 있는데, 사막에서 물 찾기 어렵고 마실 물로서 마셨기 때문이다. 

이슬람 초기에 "술은 무조건 금지"라고 하다가 이런 유목민들에게 "그냥 죽으라고?"라는 비웃음을 받고서야 물이 없다면야 허용했기 때문. 때문에 아이들이고 여자들도 이걸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 물 대신 마시는 것이니까. 아랍 사막권에서도 종종 마시곤 했다.[6] 

한편 터키에서는 '아이란(Ayran)'이라 하여 어원은 같지만 인도 공화국의 라씨마냥 물 탄 요구르트로 바뀌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혐오 음식들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이락은 깨끗한 몽골 고원의 풀만 먹고 자란 말의 젖으로 만든 술이기 때문에 비타민, 유기물, 미네랄 등이 많아서 아이들도 마시는 술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서방세계의 편협적인 시각이 담긴 선정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젖 짜다가 가죽 부대에 넣고 치대서 만드는, 처음엔 그다지 알코올도 없는 음료가 요거트나 치즈보다 혐오 음식일 건 또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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